게임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이런 것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내가 내린 정의를 토대로 앞으로의 분석 방향을 잡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글의 성격만 보면 링크드인 같은 곳에 적어야만 할 것 같다…)
좋은 데이터 분석이란
데이터 분석은 고상한 학문과 거리가 멀다. 내가 아무리 좋은 방법론을 써서 인사이트를 뽑아내도, 이걸 기획에 반영하거나 사업 계획에 사용하려면 결국 잘 이해시키는 것이 필수다. 내가 숟가락으로 떠먹여주지 않으면 이 사람들은 소화하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면 기획, 사업의 사람들도 결국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방법론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드물거니와 성과를 내야 할 땐 오히려 불필요하다. 회사 일이란 본질적으로 가치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부러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려 하고, 그러한 생각이 결국 피상적인 태도로 이어지게 된다. 다르게 말하면 업무와 자아 간 거리를 두는 셈이다.
좋은 데이터 분석의 핵심은 잘 전달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을 이해했다면 이제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방법은 쉽다. 가장 간단한 방법을 사용해서, 가장 직관적인 인사이트로 요약, 전달하면 끝이다. 멋진 발표나 화술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받아들이는 사람도 이미 아는 방법이면 더 좋다. 그게 아니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좋다. p-value로 전달한 t-test 검겅 결과? 단어는 들어봤어도 이걸로 뽑아낸 인사이트를 우리처럼 단숨에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는다. 통계적 검증을 사용하고 쉽게 설명할 자신이 없다면, 단순한 쿼리로 의견을 어필해도 좋다. 어차피 단순 집계로도 인사이트가 나오지 않는 것은 통계적 검정을 해도 어거지로 짜낸 느낌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잡한 통계적 검정 보단 단순 쿼리가 더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
보고서의 길이도 짧을수록 좋다. 긴 보고서는 ‘내것 좀 봐주세요~ 나 이렇게 많이 했어요~ 칭찬해주세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당신에게 호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엄청난 집중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긴 보고서를 정독, 경청할 것이다. 그래야 당신의 호감을 산다고 생각할테니까. 긴 보고서는 비효율적 업무의 끝판왕이다. 내 작업은 한 페이지 안에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작업 시작 배경과 과정, 결과 및 시행 착오까지 다 적으려면 누구나 30장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핵심은 이 30장을 1장으로 줄이는 것에 있다. 다시 되짚어 보자면, 그 사람들은 일을 하는 것이다. 내 작업에 애정을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이 반감이라도 안 가지면 다행인 것이다. 듣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면 안되고,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분량이 짧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그래야 내가 소화할 것이 작아 부담을 안 가질테니까. 이는 보고서 뿐만 아니라 내가 기획하고 시작하는 것에도 해당된다.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으며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은 상대를 피로하게 만들 뿐이다. 나 조차도 핵심을 못 찾기 때문에 부연 설명만 길어지는 것이다. 요약할 때 필요한 마인드는, 이 사람이 이걸 이해하는데 이게 없어도 되는걸까?라고 되묻는 것이다. 일단 청자를 고려했다는 것에서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내용을 삭제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적어놓은 것들 중 몇개는 질의응답에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 정리해놓으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모든 작업은 여러 페이지에서 한 페이지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에는 좋은 / 나쁜 데이터 분석 예시를 직접 작성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